[영유아기 독서교육] 그림책에 대한 조금 진지한 이야기
한 연구에 따르면, 태어나는 날부터 아기의 뇌는 이미 경이로운 수준에 도달한다고 한다. 아기는 성인 뇌의 25% 정도지만 성인과 비슷한 뉴런을 이미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만 3세가 되면 아기의 뇌는 성인 뇌의 80% 정도 크기로 발달하게 된다고 한다. 이런 아기의 뉴런은 부모의 언어적 자극에 따라 증가하며, 이는 부모의 육아 방식에 따라 아이의 성장이 결정된다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수많은 육아 방식에서 책 육아도 부모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 즉 부모의 책 자극 양과 질에 따라, 우리 아이의 책 육아 결과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내가 책 육아를 잘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고민을 한 부모라면 내 아이에게 읽어주는 그림책에 대해 과연 나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되짚어보기 바란다.
◇ 그림책과 이야기책은 다르다
그림책(Picture book)은 주로 그림으로 말하는 책으로 그림이 단어를 확장시키고 명료화한다. 때로는 그림이 단어의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는데, 이를 시각 언어(Visual literacy), 그림 읽기(Reading pictures)라고 부르기도 한다. 즉 그림이 묘사하는 상황의 이해가 필요하고 그림에 언어를 부과하는 행위이다. 반면 그림책 다음으로 접하는 이야기책(Story book)은 단어로 말하며, 글 없이는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하며 그림은 글의 보조 역할을 한다.
그림책에 대해 좀 더 살펴보자. 그림책 공간의 특징은 아동과 성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아동과 성인의 의사소통에서 그림책은 아동에게 글보다 평등한 자격을 부여하고, 이중수신(Dual address), 이중독자(Dual audience), 횡적독자(Cross reader)를 생산한다. 즉 성인이 만들고 아동과 성인이 받아들이는 책이다.
아동문학에서 그림책을 살펴보면, 그림책은 문학적 요소인 주제, 인물, 플롯, 묘사 방식, 이데올로기적 가치 등에 대해 어린이들의 반응을 살펴보고 아이들이 그림책으로부터 어떤 의미를 발견하는지에 관심을 가진다.
가령 인물 묘사를 기준으로 보면 에즈라 잭 키츠의 ‘눈 오는 날’은 아이의 행동이 쉽게 반영되고,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이 특징이며 동심 세계를 표현한다. 이데올로기적 가치로 살펴보면, 앤서니 브라운의 ‘돼지책’은 가족과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다. 플롯을 기준으로 보면 모리스 센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는 현실 vs 환상, 집 vs 밖으로 구분할 수 있다.
즉 발단에서 ‘맥스가 늑대 옷을 입고 심한 장난을 하다가 방에 홀로 갇힌다’는 내용은 현실과 집으로 구분된다. 전개는 ‘맥스의 방에서 나무와 풀이 자라고 환상세계로 가는 통로로 변하고, 맥스호를 타고 괴물들이 사는 나라에 도착한다’로 볼 수 있다. 이는 환상과 밖(집을 떠남)으로 나눠진다. ‘맥스가 괴물들의 왕이 되어서 괴물들과 괴물 소송을 벌이다가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가고 싶어 한다’는 절정은 환상과 밖(모험)으로 구분된다. 마지막으로 결론은 ‘맥스가 괴물과의 장난에 싫증을 느끼고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이때 열린 결말로 마무리되며, 현실과 집으로 구분이 된다.
물론 이러한 그림책에 대한 이해가 우리 아이의 책 육아에 당장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물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단순히 많은 양의 책을 아이에게 읽어준다고 부모가 책 육아를 잘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아니다. 부모가 그림책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책을 대하는 태도가 바로 아이에게 읽어주는 책 자극의 양과 질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칼럼니스트 김은정은 한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다. 문학박사, 문학평론가로 경성대학교 창의인재대학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저서는 「스토리텔링의 이해와 활용」, 「문학과 인간」을 집필했다.
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