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은 개인주의 문화, 동양은 집단주의 문화로 잘 알려져 있다. 개인주의는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집단주의는 집단의 화합과 조화를 중요시한다. 한국은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이다. 그래서 개인의 힘보다는 외부의 힘을 중요하게 여기는 상호의존적인 사회이다. 물론 자본주의의 발달 등으로 서구의 개인주의 문화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아직은 집단주의 문화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부모의 양육 방식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동양은 개인의 특성보다는 외부 환경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이면서 집단의 의사와 화합하고 공동 목표를 추구하도록 교육한다. 이러한 전체 집단의 화목과 단합을 위해서는 눈치가 필요하다. 눈치란, 남의 마음이나 뜻을 그때그때의 상황으로 미루어 얼른 알아차리는 힘이다. 미네소타 대학의 심리학자 마크 스나이더가 고안한 개념인 자기 모니터링(self-monitoring)이라고도 한다. 자기 모니터링은 사회적 상황에서 자신의 인상, 행동, 감정 표현을 스스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조절하는 정도를 말하며, 자기 점검, 자기 감시, 자기 감독 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눈치는 부모가 아이를 훈육할 때 주로 작용한다. 가치 판단의 기준을 외부 시선에 맞춰 아이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때가 있다. 예컨대, ‘남이 널 어떻게 생각하겠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 ‘이렇게 하면 친구들이 널 싫어해’, ‘이러면 친구들이 너랑 안 놀아 주겠지!’, ‘주변에서 욕해’ 등이 있다. 이런 말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공공장소에서 주로 사용한다. 이는 아이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불안감과 사람들이 아이를 잘 훈육하지 못하는 부모로 인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의도와 감정을 전혀 공감받지 못한 채 마지못해 부모의 말에 따라 행동할 뿐이다. 이러한 환경에 계속 노출되면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타인의 시선과 인정, 외부 상황 등을 지나치게 의식하게 된다. 타인의 눈치를 보면서 조심스럽게 행동하다 보니 성격도 예민해지고, 주눅이 들어 낯선 상황에 적응하기 힘들 수 있다.
훈육의 궁극적 목적은 부모가 아이에게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규칙을 가르치면서 이를 통해 성장하게끔 돕는 것이다. 따라서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면서 훈육할 필요는 없다. 타인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의 한 일원으로 분명히 지켜야 하는 삶의 태도이자 삶의 가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영유아기 때 아이는 삶의 기술과 표현방식이 미숙하기 때문에 그에 맞는 사회적 태도를 알려주고 연습하는 과정이어야 한다. 3~4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이 타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 행동에 대해서만 짧게 반복적으로 말해주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좋다. 4살 이후에는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은 후 공감해 준 다음, 아이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보이는 행동에는 다양한 의도와 목적이 있다. 따라서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물어보고 공감해준 다음, ‘먼저 배려하면 좋은 거야’,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규칙인 거야’,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큰 소리를 내면 안 돼’, ‘하지만, 그래선 안 되는 거야’라는 말로 아이의 잘못을 언급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행동 방식을 배워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눈치란 양날의 검이다. 눈치가 빠른 사람은 상황과 분위기에 적합한 모습을 보이면서 사회생활을 잘한다. 하지만, 늘 타인을 의식하는 삶을 살다 보면 온전한 자신의 모습을 잃게 된다. 아이가 타인의 눈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지만, 자신만의 온전한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건강한 사람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훈육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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