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3세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맞벌이 가정이라 할머니가 돌봐주고 있는데 엄마랑 떨어지는 것을 싫어해서 아이가 놀 때 모르게 가고 있어요. 문득, 아이를 울리지 않으려는 이런 행동이 괜찮을까 궁금해집니다.
A.
1. 분리불안은 대상영속성과 관련이 있습니다
1) 엄마는 심리적 영속성으로 존재해야 합니다
아이를 울리지 않으려는 양육자의 기분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엄밀히 아이 모르게 사라지는 행동이 아이를 위한 것인지 우는 아이를 두고 출근하는 양육자의 불편한 마음을 피하려는 것인지 구별해야 합니다. 그 순간 상황은 모면하더라도 아이의 정서발달에는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실제로 양육자가 단순히 눈앞에서 사라지는 것일 뿐 존재의 부재는 아니라고 생각을 할 수 있겠습니다만, 아직 대상영속성이라는 발달적 성취가 이루어지지 않은 아이의 정신세계에서 대상이 사라지는 경험은 대단히 충격적인 사건입니다. 이후 분리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아이와 헤어지는 상황에 주의를 기우려야 합니다. 대상영속성은 발달 심리학 용어로 존재하는 물체가 어떤 것에 가려져 보이지 않더라도 그것이 사라지지 않고 지속적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능력으로 즉, 대상이 눈으로 식별되지 않거나 탐지할 수 없을 때 그 대상이 계속 존재하며 그 사물과 사물을 인지하는 아동이 독립적으로 공존한다고 믿는 것을 지칭합니다.
2) 안정적인 애착형성은 분리불안의 해결책입니다
양육자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을 때 아이의 반응을 체크하기 바랍니다. 애착형성 정도를 확인하는 방법으로 참고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과한 반응 또는 무반응 모두 다 바람직하지 않고, 자신이 인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엄마가 사라졌기 때문에 다시 만났을 때 불편한 반응을 보이다가 양육자의 태도에 따라 서서히 안심하고 안정되는 것이 예상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몰래 사라진 사실보다는 다시 아이를 만나 돌봐주고 사랑해 주면 괜찮은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재회하는 방법보다도 어떻게 헤어져야하는지 그 방식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2. ‘아이 모르게’ 하는 행동은 아이에게, 엄마에게도 괜찮지 않습니다
1) 아이에게는 신뢰감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대상이 갑자기 사라지고 임의적으로 나타나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면 아이에게 세상은 믿을 만 것이 아닌 의심과 불안으로 신뢰할 수 없는 곳이 될 것입니다. 아이가 놀고 있다 엄마가 없어진 것을 아는 순간은 엄마가 없다는 사실에 놀라고 당황하는 것뿐만 아니라, 놀고 있던 상황마저도 부정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좋아하는 엄마의 부재와 즐기던 놀이 상황의 깨짐은 이중적인 심리 충격으로 상실과 좌절, 공포와 두려움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성장하면서 좋은 순간에도 충분히 좋음의 요소를 느낄 수 없고,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될 수 있습니다.
2) 엄마가 느끼는 죄책감은 기능을 오작동하게 합니다
아이를 울리지 않고 몰래 가는 행동이 아이를 위한 행동이라는 생각 그 자체가 기능의 오작동일 수 있습니다. 이는 죄책감으로부터 벗어나고자하는 회피이자 합리화이기도 합니다. 양육자 자신도 그 순간은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심리와 인지의 부조화로 정서에 부정적입니다. 결국 아이와 지속적으로 좋은 유대를 만들어가는 것은 어렵습니다.
3) 아이에게 현실을 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오
엄마와 헤어지는 연습이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엄마는 갔다가 다시 온다는 현실 원리와 사실을 경험하면서 받아드릴 수 있도록 기회를 주고 힘들어하는 아이가 스스로 해낼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물론 엄마도 힘든 시간을 잘 견뎌야하겠지요 엄마가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는 상황을 단계적으로 적용하면서 서서히 적응하고 익숙해 질 수 있도록 합니다. 갈 때는 부드러운 아이컨텍으로 ‘엄마가 출근했다 일마치고 몇 시에 올게’ 라고 구체적으로 알려줍니다. 아이가 시간의 개념이 없더라도 기준을 설정하는 데 의미가 있으며 안정과 신뢰감을 주기 위한 제시입니다. 아이가 받아들이고 함께 인사를 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충분히 인사한 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약속대로 출근을 하면 됩니다. 힘든 시간을 견디는 것이 바른 기능을 위한 시작입니다.
*칼럼니스트 윤정원은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예술치료교육학과 교육학 석사, 동대학 일반대학원 아동심리치료학과에서 심리치료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인간이 평생 배워야 할 단 하나의 학문이 있다면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철학과 소신으로 공감이 있는 공간 미술심리치료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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