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부모의 표정을 듣는다. 부모의 표정을 참조해 그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지 뒤로 물러설지 결정한다. 부모의 밝은 표정은 아이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베이비뉴스
사회적 참조(Social reference)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아이가 낯선 상황에서 부모의 정서적 표현을 참조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표정은 정서적 표현의 매우 중요한 단서이다. 아이는 부모의 표정을 참조해 자신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할지 선택한다. 그래서 부모의 표정은 아이의 행동을 결정하는 척도이다. 이는 두 가지 실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먼저 엄마의 무표정이 아이의 불안감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바로 하버드 대학 에드워드 트로닉 박사가 진행한 ‘무표정의 경험(Still face experiment)이다. 이 실험은 3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에서는 엄마와 아이가 2분 동안 정상적으로 자유롭게 놀이를 했다. 엄마는 아이의 질문에 대답하고, 미소를 짓고, 아이를 쓰다듬어주기도 했다. 2단계에서는 엄마가 무표정한 얼굴을 보이면서 아이가 질문해도 반응하지 않았다. 3단계에서는 엄마가 아이와 다시 정상적으로 놀아주었다. 이 과정에서 아이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관찰한 결과, 2단계에서 엄마가 ‘무표정한 얼굴’을 할 때 아이는 애교를 부르면서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2분이 지난 후 반응하지 않는 엄마에게 질문을 계속 반복하며 관심을 받기 위한 행동을 했다. 그와 동시에 짜증을 내거나 불안감을 보였다. 아이는 놀이에 점차 관심과 흥미를 잃어 갔고, 놀이 행동도 급격히 단순해졌다.
아이는 엄마의 표정에 따라 자신의 의사를 결정하기도 한다. TV 프로그램 ‘스토리온 우먼쇼’에서 시각절벽(Visual cliff) 실험을 진행했다. 시각절벽이란 아이의 깊이 지각 능력을 위해 고안된 실험 장치이다. 큰 유리 책상으로 되어 있고, 책상 아래 바닥은 체크무늬이다. 반은 깊고, 반은 얕아서 언뜻 보기에 아래가 몇십 센티미터 꺼진 것처럼 보인다. 즉 아이가 시각절벽을 건널 때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마치 절벽 앞에 있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고안됐다. 실험에서는 아이를 유리 책상 위에 올려놓고, 엄마는 그 건너편에서 표정을 다르게 보였다. 그 결과, 엄마가 무표정할 때 아이는 엄마의 눈치를 살피다가 결국 시각절벽을 건너지 못하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반대로 엄마가 환하게 웃었더니 아이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앞으로 돌진해 시각절벽을 건넜다.
1985년 생후 12개월 된 유아를 대상으로 동일 실험을 진행한 해외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다. 엄마가 행복한 표정일 때 70%를 넘는 아이는 시각절벽 앞에서 잠깐 멈칫했지만, 곧 용기를 내 끝까지 기어갔다. 반면 엄마가 화, 슬픔 등의 표정일 때 시각절벽을 건넌 아이는 10~30%밖에 되지 않았다. 두려운 표정일 때는 시각절벽을 아예 지나가지 못하고 그 앞에서 울면서 주저앉았다.
표정은 그 사람의 현재 감정 상태를 나타낸다. 말로는 표현하지 않는 감정과 정보를 알려주는 암호가 숨겨져 있다. 아이는 부모의 표정을 듣는다. 부모의 표정을 참조해 그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갈지 뒤로 물러설지 결정한다. 부모의 밝은 표정은 아이가 앞으로 나아갈 힘을 준다. 표정은 상황에 따라 달라야 하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 속에서는 밝은 표정으로 아이가 앞으로 나아갈 힘을 키워주는 것은 어떨까.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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