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뉴스] 지식 주입하는 사교육 영유아기에는 그런 교육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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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뉴스 권현경·최규화 기자】
연간 3조 7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는 영유아 사교육비. 등골 휘는 비용에도 많은 부모들은 ‘불안’ 때문에 오늘도 사교육을 선택하고 있다. 그 불안의 실체는 무엇일까. 우리에겐 어떤 대안이 있는 걸까. 베이비뉴스는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공동기획으로 열두 명의 전문가들을 직접 찾아가 답을 구했다. - 기자 말
☞ (상편) "유아기 때 두뇌 완성? 선행학습이 뇌 발달 망친다"에서 이어집니다.
김영훈 교수는 어느 분야에 대해 탁월한 능력과 창의력이 있고 과제집착력이 있으면 영재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5개 국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외국어 영재, 암기를 잘하는 암기 영재 등 TV를 통해 특정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어린아이들을 보면서 부모는 ‘우리 아이도 혹시 영재는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의 ‘영재성’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친 건 아닌지 불안감을 느낀다.
SBS 프로그램 ‘영재발굴단’의 자문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유아기 영재에 대해 “영재 포텐셜(잠재력)이 있다는 의미일 뿐”이라면서, “예전에는 IQ가 보통사람보다 높은 것을 영재라고 말했다면 지금은 어느 분야에 대해 탁월한 능력과 창의력이 있고 과제집착력이 있으면 영재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저서 「4~7세 창의력 육아의 힘」에서 지능검사 창시자인 루이스 터먼(Lewis Terman)의 지능지수와 성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종단연구 결과에 대해 언급했다. 김 교수는 연구 결과를 인용해 “오히려 중간 정도 지능을 가지고 있다고 판정했던 아이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며, “인류에 공헌하고 탁월한 성과를 거둔 사람은 높은 IQ보다 창의성이 더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Q. 유아기의 영재검사나 지능검사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까요?
“일시적 창의력은 영재가 아닙니다. 지속적 창의력이 영재를 만들죠. 영재가 되려면 그 분야에 노출되는 절대적인 시간의 양이 필요해요.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언제 예술을 시작했는지 연구한 적이 있어요. 유아 때 시작한 경우가 많을 거라고 가설을 세웠는데, 조사를 해보니 초등학교 때 시작한 경우가 더 많았어요.
한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려면 최소 1만 시간 이상의 ‘신중한’ 노출이 필요하죠. 유아 때 일시적인 영재성을 발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 유아 때는 자기주도성이 없어서 1만 시간 이상 노출될 확률이 떨어집니다.
영재는 ‘덕후’(한 분야에 열중하는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식 표현 - 기자 주)나 ‘고수’가 되는 것에서 비롯됩니다. 단순히 아이가 어떤 분야에 대해서 많이 알고 어른보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영재라고 부를 수는 없어요. ‘덕후’가 되면서 생긴 지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잠재력이 영재성으로 이어지는 거죠. 유아 때는 그런 잠재력을 키우는 시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Q. 아이의 영재성을 어떻게 찾아줄 수 있을까요?
“3~4세 때 뇌가 통합되고 그때부터 잘하는 게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어떤 아이는 글자에 대해, 어떤 아이는 그림, 특정 동물 등에 관심을 가집니다. 선호도가 있을 때 그것에 자발적으로 노출되는 것이 좋습니다.
5~6세가 되면 선호도가 명확해지고 강점이 생깁니다. 그림을 좋아하면 그림 수업을 받게 해주거나, 음악을 잘하는 아이는 음악을 들려주는 등 이때는 제대로 정확히 배울 수 있게 해줘야 해요. 어느 분야에 소질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마구잡이로 대여섯 가지씩 시키는 것은 절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죠? 한 분야에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려면 1만 시간이 노출돼야 한다는 건데, 그냥 노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신중한’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자기주도성. 아이는 스스로 좋아해야 1만 시간 이상 그 분야에 노출될 수 있어요.
대여섯 가지 분야에 모두 1만 시간 이상 노출하겠다는 건 불가능하죠. 한두 가지 잘하는 것을 스스로 좋아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게 유아기에 부모가 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사교육은 지식을 집어넣는 교육입니다. 유아기에 그런 교육은 안 돼요. 교육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아이의 강점을 찾고 자기주도성을 키워주면 ‘덕후’나 고수가 될 수 있어요. 이것저것 고만고만하게 할 줄 아는 아이를 만들어선 안 됩니다.”
◇ "뇌가 변해야 창의력 발휘된다… 아이를 '덕후'로 키워라"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한 유아교육 박람회 현장에서는 유아 영재교육 프로그램 이벤트가 안내됐다. 교재교구의 정상 가격은 130만 원. 최규화 기자 ⓒ베이비뉴스
육아정책연구소의 「아동의 창의성 증진을 위한 양육 환경과 뇌 발달 연구」에 따르면 5세 아이의 78.4%가 최소 한 가지 이상 사교육을 받고 있다고 한다. 사교육을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문제는 사교육을 많이 할수록 아이들의 창의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다. 사교육을 일주일에 한 번 받을 때마다 창의성 점수가 0.563점씩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4~7세 창의력 육아의 힘」 5쪽)
김 교수는 저서 「4~7세 창의력 육아의 힘」에서 ‘창의융합형 인재’에 대해 언급했다. 김 교수는 “지금까지 필요했던 인재가 ‘지식 노동자’였다면 앞으로 필요한 인재는 ‘창의적인 노동자’”라며, “기존의 지식을 가지고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결해야 할 문제를 발견하며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Q. 이것저것 경험하게 해주고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는 부모도 많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대개 꿈이 있어요. 또 아이들은 꿈이 계속 바뀝니다. 공룡에 빠져 있는 아이가 있다고 해보자고요. 그러면 공룡에 대한 책을 많이 읽고 영상도 찾아보고 열심히 알아보겠죠. 아이는 이걸 학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즐거운 놀이죠. 아이가 ‘덕후’가 되도록 만들어주는 거예요.
그런데 아이의 관심이 영영 공룡에만 머물러 있지 않아요. 공룡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되면 관심사가 로봇으로 넘어갈 수도 있어요. 이 아이는 한 분야의 ‘덕후’가 돼서 즐겁게 스스로 공부하고 탐구해본 경험이 있잖아요. 그런 경험을 가지고 다른 영역으로 넘어가면 그 분야 역시 더 빨리 습득합니다.
부모들은 이것도 시켜야 하고 저것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잖아요? 뭘 잘할지 모르니까 일단 여러 가지 시켜보겠다? 그렇게 하면 주입식 교육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나에 깊이 빠져볼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다 ‘젬병’이에요. 그런 아이는 ‘덕후’나 고수가 될 수 없고,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가 될 수 없어요.”
Q.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필요한 창의성은 어떻게 키워줄 수 있을까요?
“그림책을 읽어야 해요. 그림책을 통해 우선 마음으로 감동하고, 맥락도 느끼고, 책에 없는 내용을 상상도 해볼 때 정보를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생각을 하는 게 창의력입니다. 창의력은 학원에 간다고 키워지지 않아요. 우리 부모들이 해줘야 합니다.
본질적으로 창의력은 뇌가 변해야 발휘될 수 있어요. 뇌는 ‘덕후’가 되지 않으면 변하지 않아요. 창의력을 키워주고 싶다면 어느 분야의 ‘덕후’가 되게 만들면 됩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시대에 중요한 역량으로 직관력을 말합니다. 빠른 시간에 판단하고 해결하는 능력. 직관력은 단순한 정보의 축적이나 연산으로 가능하지 않아요. 직관은 수많은 경험에서 나오죠. 인공지능은 범접할 수 없는 분야가 인간의 직관력입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덕후’나 고수가 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습니다. 이제는 단순히 외워서 아는 지식을 많이 가진 게 소용이 없어요. 정보 활용 능력, 즉 정보 가공력이 중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정보는 사방에 널려 있어요. 상황에 맞게 정보를 활용하는 능력이 있는 인재가 성공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 "헬리콥터 맘은 그만… 아이의 '스파링 파트너'가 돼라"
김영훈 교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덕후'나 '고수가 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호 기자 ⓒ베이비뉴스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유튜브 등 세계적인 디지털 미디어 제작사의 경영진 자녀들도 스마트폰 사용을 통제받고 있다는 보도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18개월~24개월 미만 아동 미디어 사용 금지’를 권고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 학계에서 영유아의 스마트기기에 관한 권고나 입장을 낸 적은 없다.
김 교수는 “스마트폰과 같이 감성의 상호작용이 없는 일방적인 시각 매체는 아이의 두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진료실에서도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줘야 울음을 그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면서, “영유아기는 인성, 협동, 사고력 등을 키워야 하는 시기인데, 스마트폰 의존이 심해지면 생각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기억하는 능력, 감정 조절 능력,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송의 역할도 잊지 않고 지적했다. 그는 “연예인 자녀들이 나오는 이른바 ‘육아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 집에 없는 기기가 있고 교재교구가 있고, 우리는 못 가는 놀이프로그램을 하러 가고, 평범한 부모들의 질투를 조장한다”며, “교육 측면으로 접근하지 않고 너무 오락 위주”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요즘 방송에서 육아 전문 프로그램을 찾기는 어렵다. 대표적으로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2006년 11월 7일 ~ 2015년 11월 20일)는 육아 전문가가 집중적으로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고 부모와 가정환경의 개선방안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했으나 종방됐다.
또 EBS ‘60분 부모’(2003년 9월 29일 ~ 2014년 2월 19일)는 요일별 정해진 주제를 가지고 전문가와 함께 육아, 교육, 가족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의 해결책을 찾는 프로그램이었으나 역시 폐지됐다. 김 교수는 “방송사가 시청률 때문에 재미만 추구하다보니 제대로 된 육아 프로그램이 다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부모들에게 “아이의 스파링 파트너가 돼라”고 당부했다. 스파링 파트너의 두 가지 덕목으로는, “챔피언이 되겠다는 권투 선수의 꿈과 스파링 파트너의 꿈이 일치해야 한다는 것”과 “스파링 파트너는 절대 선수 대신 링에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 교육에는 ‘헬리콥터 맘’과 ‘잔디깎기 맘’이 있어요. 헬리콥터 맘은 아이가 넘어지지 않게 모든 걸 미리 연습시킵니다. 잔디깎기 맘도 마찬가지예요. 아이 앞에 놓인 모든 장애물을 미리 제거해줍니다. 넘어져도 그걸 기회라고 생각하는 힘, 실패라고 생각하지 않는 회복 탄력성이 있는 아이로 키워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지지해주면 그뿐입니다. ‘해결사’ 역할에서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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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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